나무 이야기

하늘을 향해 뻗은 주황빛 왕관, 대왕참나무의 당당한 기개

이모 저모 2026. 5. 15. 19:44

이정태 숲해설가가 읽어주는 자연의 지혜

 

하늘을 향해 뻗은 주황빛 왕관, 대왕참나무의 당당한 기개

 

봄날의 화려한 꽃 잔치가 끝나고 짙푸른 녹음의 계절마저 지나갈 무렵 도심의 가로수길을 온통 붉고 노란 수채화로 물들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대왕참나무입니다.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웅장함처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줄기와 사방으로 당당하게 펼쳐진 가지는 예로부터 승리와 영광을 상징해 왔지요. 오늘은 도심의 아스팔트 위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당당한 왕관을 가꾸어가는 대왕참나무의 지혜와 그 속에 깃든 강인한 생명력을 나누고자 합니다.

대왕참나무 잎은 갈귀 모양으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름보다 먼저 다가오는 단풍의 신비

대왕참나무는 눈으로 보기 전에 가슴을 뛰게 만드는 웅장한 나무입니다. 가을이 깊어갈 때, 뾰족하게 갈라진 잎사귀마다 타오르듯 물드는 붉은 빛깔을 보며 옛사람들은 가을 정취의 정점을 느꼈습니다.

핀오크(Pin Oak), 대왕참나무의 서양 이름은 핀오크입니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마치 핀(Pin)을 꽂아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성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승리의 월계관, 고대 로마 시대에는 영웅이나 승리자에게 참나무 잎으로 만든 관을 씌워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왕참나무는 잎의 형태가 왕관을 닮아 보는 이로 하여금 당당함과 영광을 느끼게 합니다.

 

도심의 방패막이, 요즘은 가로수나 공원수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매화가 가녀린 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향기를 주듯, 대왕참나무는 거대한 몸집으로 도심의 소음과 매연을 묵묵히 흡수하며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깊이 내려야 높이 선다. 대왕참나무의 생존 미학

대왕참나무는 왜 다른 나무들보다 유독 곧고 높게, 그리고 도심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라날까요? 여기에는 거친 환경을 이겨내고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뿌리의 단단한 중심, 대왕참나무는 땅속 깊이 곧게 뻗어 내려가는 심근성 뿌리를 가졌습니다. 위로 높이 자라기 전 땅속 밑바닥을 먼저 단단하게 움켜쥐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지요. 덕분에 거센 태풍이 불어와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도심의 단단한 보도블록 아래에서도 제 자리를 굳건히 지켜냅니다.

 

빛을 향한 정직한 성장, 숲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왕참나무는 정직하게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자랍니다. 주변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오롯이 햇빛을 받기 위해 가지를 비틀기보다 줄기를 곧게 세워 올리는 정공법을 선택한 생존법입니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듭니다.

기다림 끝에 완성되는 오색 빛깔 왕관

대왕참나무는 봄이나 여름에는 그저 평범한 초록 나무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견뎌낸 끝에 맞이하는 가을날 그 어떤 나무보다 강렬하고 화려한 붉은빛 왕관을 머리에 씁니다.

붉게 물든 잎사귀들을 바람에 흔들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다 보면 결국 가장 빛나는 순간이 옵니다.라고 나직이 격려를 건네는 듯합니다.

 

대왕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의 꽃말은 번영, 번성, 강인함입니다.

가장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피워내는 대왕참나무처럼, 지금 우리가 겪는 인내와 노력의 시간도 결국 우리 삶을 가장 당당하고 번성하게 만드는 과정일 것입니다. 삭막한 도심 속에서도 웅장한 푸르름과 화려한 단풍을 선물하는 대왕참나무처럼 여러분의 땀방울도 조만간 눈부신 결실로 피어나 삶을 활짝 꽃피우기를 응원합니다.

 

대전 도안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