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 숲해설가가 읽어주는 ‘자연의 지혜’
기쁜 소식을 나르는 다정한 이웃, 까치가 가르쳐 준 공존의 미학
숲의 하층부를 메우던 들꽃들이 지나가고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푸른 녹음을 짙게 드리울 때, 마을 어귀 높은 나뭇가지 끝이나 정겨운 지붕 위에서 청아한 울음소리로 아침을 깨우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까치입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옛말처럼, 까치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길조(吉鳥)이자 다정한 이웃이었습니다. 오늘은 메마른 도심과 깊은 숲의 경계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며 살아가는 까치의 지혜와 그 속에 담긴 상생의 메시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눈보다 마음으로 먼저 품어 안는 ‘희망(希望)’의 신비
까치는 눈으로 보기 전에 그 경쾌한 울음소리로 우리의 하루를 먼저 활짝 품어 안는 새입니다. 까막과수과의 조류 중에서도 유독 지능이 높고 영리하여, 옛 선조들은 까치를 단순한 새가 아닌 마을을 지키는 영물로 대접했지요.
기쁨을 전하는 희보조(喜報鳥), 옛 문헌에서는 까치를 '기쁜 소식을 알리는 새'라는 뜻의 '희보조'라고 불렀습니다. 까치는 시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만큼 영리합니다. 낯선 이가 마을에 들어오면 경계하며 울어댔는데,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그 낯선 이가 대개 그리운 일가친척이나 반가운 손님이었기에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아름다운 서사가 생겨난 것입니다.
설날의 주인공, 아찬새,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는 동요처럼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의 서막을 여는 새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까치'는 원래 '아찬(아침)'이라는 옛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즉, 새로운 해의 첫 아침을 밝히는 상서로운 존재였던 셈입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오작교,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제 몸을 딛고 가라며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주었던 '오작교'의 주인공 역시 까치입니다. 제 몸을 아끼지 않고 타인의 슬픔을 위로할 줄 아는 다정한 성정을 지녔습니다.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짓는다’ 까치의 생존 미학

까치는 왜 굳이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높은 미라나무나 전신주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살아갈까요? 여기에는 거친 대자연과 도심의 위험 속에서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내려는 까치만의 치밀하고 단단한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수천 번의 날갯짓으로 완성하는 둥지의 지혜, 까치는 집을 지을 때 수천 개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정교하게 엮어 만듭니다. 겉보기에는 엉성해 보여도, 나뭇가지들이 서로를 단단히 맞물고 있어 웬만한 태풍이나 폭우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완벽한 역학 구조를 자랑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틈새로 바람을 흘려보내는 버드나무 같은 '유연한 건축술'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혜안(慧眼), 까치가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것은 천적인 구렁이나 고양이 등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의 흐름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위험이 닥치기 전에 영리하게 대처하는 생존법입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반가운 아침’
까치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칠 때도 둥지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킵니다. 그러다 차가운 얼음이 녹고 대지에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어김없이 나뭇가지 끝에 올라앉아 세상의 모든 생명을 향해 "이제 힘든 시간은 지나갔으니 기운을 내세요"라고 활기찬 인사를 건넵니다.
홍시를 수확할 때도 까치 밥이라 하여 가지 끝에 몇 개를 남겨두던 우리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처럼, 까치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공존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까치에게 꽃말 대신 어울리는 상징은 ‘좋은 소식, 상생과 보은’입니다.
자신의 가녀린 날개로 거친 바람을 가르며 가장 높은 곳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까치처럼, 우리 삶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시련들도 결국 우리에게 더 높은 시야와 단단한 내면을 선물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지금 혹시 어두운 밤 같은 일상 속에서 지쳐 계신가요?
아침을 알리는 가장 청아한 목소리로 기어이 반가운 소식을 물어오는 까치처럼, 여러분의 묵묵한 인내와 성실함도 머지않아 고단한 현실을 깨우고 찬란한 기쁨의 소식을 가득 몰고 올 것입니다.
대전 도안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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