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 숲해설가가 읽어주는 ‘자연의 지혜’
사계절을 비추는 영원한 태양, 황금사철의 밝고 단단한 미소
봄날의 라일락 향기와 초여름을 흔들던 수국의 물결이 지나가고 만물이 겨울을 준비하며 서서히 빛을 잃어갈 때, 도로변의 작은 화단이나 정원 한구석에서 마치 햇살을 한 움큼 머금은 듯 홀로 눈부신 노란빛을 발산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황금사철입니다.
'사계절 내내 푸르다'는 사철나무의 강인함에 찬란한 황금빛 옷을 더한 이 나무는, 거칠고 삭막한 도심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생명력과 화사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회색빛 빌딩 숲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밝은 빛깔을 가꾸어가는 황금사철의 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눈보다 마음으로 먼저 품어 안는 ‘온기(溫氣)’의 신비
황금사철은 눈으로 보기 전에 차가운 도심 공기 속에서 따뜻하게 일렁이는 노란 실루엣으로 우리의 마음을 먼저 활짝 품어 안는 나무입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길모퉁이나 아스팔트 옆 좁은 화단에서도 기어이 무리를 지어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지요.
사시사철 변함없는 황금빛 의리, 보통의 식물들은 가을이 되면 낙엽을 떨어뜨리거나 잎이 칙칙해지지만, 황금사철은 추운 겨울날 하얀 눈 속에서도 그 화사한 노란 빛깔을 잃지 않습니다. 소나무가 우직한 푸름의 절개를 보여준다면, 황금사철은 한결같은 황금빛으로 계절의 경계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다정한 길동무입니다.
도심을 치유하는 천연 공기청정기, 황금사철은 미세먼지와 매연이 가득한 도로변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킵니다. 거친 환경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공기를 정화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밝은 색감으로 바쁘게 지나가는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까지 달래주는 기특한 나무입니다.

‘태양을 온전히 품어야 나만의 빛깔이 된다’ 황금사철의 생존 미학
황금사철은 왜 다른 나무들처럼 평범한 초록색 잎에 만족하지 않고, 이토록 튀고 화려한 노란색 잎을 촘촘히 매달고 살아갈까요? 여기에는 쏟아지는 햇살을 아낌없이 흡수해 자신의 에너지로 바꾸려는 황금사철만의 영리하고 단단한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햇빛과 맞서는 정직한 정공법, 황금사철의 잎은 햇빛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짙고 선명한 황금빛으로 변합니다. 그늘 속에서는 잠시 초록색으로 숨을 죽이다가도, 태양 아래 서는 순간 숨겨둔 노란 본연의 빛을 아낌없이 펼치지요. 환경에 불평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햇살을 온전히 받아들여 가장 아름다운 무기로 승화시키는 생존법입니다.
빽빽함 속에서 다지는 단단한 결속, 황금사철은 가지를 촘촘하고 빽빽하게 뻗어 올립니다. 덕분에 강한 바람이나 추위가 찾아와도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며 겨울을 견뎌내지요. 수국이나 라일락이 작은 꽃을 모았듯, 황금사철은 단단한 잎과 가지를 엮어 거친 도심 속에서 살아남는 연대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기다림 끝에 완성되는 ‘황금빛 축제’
황금사철은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진한 향기를 풍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365일 내내 지지 않는 눈부신 황금빛 잎사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꽃이자 영원한 축제입니다.
차가운 빌딩 숲 사이에서 온몸을 반짝이며, “당신의 삶도 지금은 평범한 회색빛 일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찬란하게 빛날 수 있습니다”라고 우리를 나직이 응원하는 듯합니다.
황금사철의 꽃말은 사철나무와 같은 ‘변함없음, 지혜’입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환해지는 노란 물결로 지친 이들에게 변함없는 위로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삭막한 길가에서 가장 눈부신 황금빛 물결을 만들어내는 황금사철처럼, 우리 삶을 둘러싼 거친 환경과 시련들도 결국 우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지금 혹시 차가운 현실이나 고단한 일상 앞에서 마음이 어두워져 계신가요?
어떠한 척박한 땅에서도 기어이 눈부신 태양의 빛깔을 피워내는 황금사철처럼, 여러분의 묵묵한 인내와 성실함도 조만간 단단한 현실을 뚫고 찬란한 희망의 축제를 활짝 열어갈 것입니다.
대전 도안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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